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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생활과 돌봄

휠체어 사용자와 가족의 첫 여행 도전기

휠체어 사용자와 가족의 첫 여행 도전기

 

 

1. 여행을 망설이게 했던 현실적인 이유들
휠체어를 사용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을 때, '여행'이라는 단어는 설렘보다는 걱정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가벼운 이동일 수 있는 장소조차도, 장애인 가족에게는 수많은 확인과 준비가 필요한 '작전'이 되기 때문입니다. 휠체어 접근성, 장애인 화장실 유무, 숙소의 구조, 교통편의 이용 가능 여부 등 단 한 가지 요소라도 맞지 않으면 전체 계획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첫 여행을 시도하려는 경우, 평소에도 이동이나 외출이 쉽지 않았던 가족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계획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기억’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간절합니다. 그렇기에 첫 여행을 시도하는 용기 자체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2. 준비는 철저하게, 기대는 유연하게
첫 여행을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전 준비가 핵심입니다. 여행지를 고를 때는 단순한 명소보다는 ‘접근 가능한 환경’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휠체어 전용 도로가 마련되어 있는지, 엘리베이터와 경사로가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장애인 전용 화장실과 숙소 내 욕실 구조는 어떤지 세세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온라인 리뷰나 SNS 후기, 지자체나 관광청에서 제공하는 장애인 관광 정보도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가능하다면 해당 시설에 직접 문의하거나 최근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참고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반면, 여행 일정 자체는 여유롭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이동 중의 피로를 고려해 하루에 한두 곳 정도만 방문하는 일정을 계획하면 좋습니다.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여행의 본질은 '무엇을 더 많이 보느냐'보다 '누구와 어떻게 함께하느냐'에 있기 때문입니다.

 

3. 작지만 큰 성취, 첫 여행의 감동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았더라도, 휠체어를 탄 채 가족과 함께 여행지의 하늘을 올려다본 그 순간은 평소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깊은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평소 집 앞 공원 외에는 외출이 어려웠던 이들이 바닷가의 파도 소리를 듣고,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가족과 함께 웃는 순간들은 그 자체로 잊지 못할 기억이 됩니다. 장애를 가진 가족 구성원에게는 ‘나는 혼자 두지 않는 존재’라는 소속감이, 보호자에게는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특히 첫 여행의 경험은 이후 외출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사회 참여에 대한 긍정적 경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셈이죠.

 

4. 다음 여행을 위한 기록과 피드백
첫 여행이 끝났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돌아온 뒤에는 가족끼리 여행 중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휠체어 사용자 본인의 의견을 듣고, 무엇이 불편했는지를 공유하는 것도 다음 여행을 위한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자발적으로 “다음엔 어디 갈까?”라고 말하는 순간, 여행은 단지 ‘이벤트’가 아닌 ‘생활의 일부’로 바뀌는 시작점이 됩니다. 여행 중 찍은 사진들을 모아 앨범을 만들거나, 직접 후기를 남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여행일지 몰라도, 장애인 가족에게는 그 어떤 도전보다 더 용기 있는 발걸음이었음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첫 여행지 추천: 휠체어 사용자도 편안했던 국내 장소
여행지는 가능하면 짧은 거리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 여행으로 추천되는 국내 장소 중 하나는 ‘부산 해운대’입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휠체어 전용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해변까지 이동이 수월하며, 장애인 화장실과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도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인근의 동백섬 산책로는 경사로가 완만하고 전동휠체어도 쉽게 통행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에 적합합니다. 또 다른 예는 ‘경주 보문단지’입니다. 넓은 보행로와 숙소 시설의 접근성이 우수하며, 경주엑스포공원이나 동궁과 월지 등 주요 관광지가 한데 모여 있어 이동 부담이 적습니다. 여행 장소를 정할 때는 풍경이나 콘텐츠 못지않게 ‘접근성과 편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첫 경험을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6. 보호자의 감정도 함께 기억해야 할 여정
여행은 단지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보호자와 가족의 마음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이걸 해도 될까?” “혹시 민폐가 되진 않을까?”라는 수많은 고민을 넘어서서 첫 여행을 실행에 옮겼다는 자체가 보호자에게도 커다란 성취입니다. 여행 중 예상치 못한 불편이나 도움 요청의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그것은 곧 사회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고 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 됩니다. 어떤 보호자는 첫 여행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엔 항상 피하고 숨기려 했는데, 그날은 처음으로 우리 아이를 자랑하고 싶었어요.” 이처럼 여행은 ‘장애가 있어도 우리는 가족으로서 당당하다’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확인시키는 귀중한 과정이 됩니다.

 

7. 함께 떠났다는 기억이 남는 것
휠체어 사용자와의 여행은 목적지보다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비록 많은 제약과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함께 계획하고 움직이고 추억을 만드는 그 모든 순간이 가족에게는 평생 남을 소중한 자산입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아이가 스스로 다시 여행을 이야기하고, 보호자가 예전보다 웃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 아닐까요? 한 번의 용기, 그리고 수많은 배려와 사랑으로 만들어지는 가족 여행.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