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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적응형 패션

휠체어 사용자에게 적합한 하의 디자인의 조건

휠체어 사용자에게 적합한 하의 디자인의 조건

 

1. 앉은 자세 중심의 패턴 설계: 착석형 인체공학 디자인

휠체어 사용자에게 있어 옷의 편안함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일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일반 바지는 서 있는 상태를 기준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착석 시에는 허리 뒤쪽이 들리거나, 앞쪽이 과도하게 접히며 압박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불편은 피부 자극, 혈류 제한, 심한 경우 욕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하의는 앉은 자세를 기준으로 패턴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엉덩이 부분의 기장은 길게, 복부 압박을 줄이기 위해 앞면은 낮게 설계하며, 무릎과 허벅지에 충분한 여유 공간을 두어 주름과 당김 현상을 최소화한다. 실제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바지에는 대부분 이러한 착석형 인체공학 구조가 반영되어 있다. 즉, 휠체어 사용자에게 적합한 하의 디자인은 단지 바지를 ‘앉은 채 입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앉은 자세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신체를 섬세하게 배려한 구조이어야 한다.

 

2. 피부 보호와 체온 조절을 위한 소재 선택

휠체어를 오래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피부 마찰과 체온 조절 문제는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다. 특히 허벅지, 엉덩이, 무릎 뒤쪽은 장시간 착석 시 압력과 열이 집중되는 부위로, 섬유 선택에 따라 피부 트러블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휠체어 사용자용 바지는 통기성이 뛰어나고 땀 배출이 원활한 기능성 원단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가닉 코튼이나 텐셀, 쿨링 폴리에스터 같은 소재가 주로 활용되며, 항균 가공이나 피부 자극 방지 가공이 더해진 제품은 더욱 선호된다. 또한 피부 접촉이 잦은 부위에는 무봉제 또는 플랫 시접 처리가 이루어지며, 바느질 자국이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체온 유지가 어려운 사용자에게는 보온 기능이 있는 이너웨어와의 레이어드 설계도 고려된다. 이러한 세심한 소재 선택과 구조 설계는 단순한 편안함을 넘어, 피부 건강과 2차 질환 예방이라는 의료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3. 기능성과 스타일의 조화: 독립성과 자존감까지 고려

하의 디자인은 단지 신체 구조에 맞는 형태뿐 아니라, 사용자의 독립성과 자존감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스스로 입고 벗기 쉬운 구조이다. 지퍼나 단추 대신 양방향 지퍼, 옆트임 벨크로, 신축성 높은 허리 밴드를 사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한 휠체어 상태에서도 엉덩이를 들어야 하지 않도록 설계된 오픈형 구조는 자립적인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장애인이 입는 옷’이라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트렌디한 컬러, 심플한 실루엣, 데님·슬랙스 등 일상적인 스타일이 적용된다. 이는 사용자의 사회 활동 참여를 긍정적으로 이끌며, “나도 멋있게 입을 수 있다”는 패션의 자존감 회복 기능을 실현하게 한다. 특히 청소년이나 청년층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외형적 스타일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기능성과 스타일의 균형을 맞춘 디자인 전략이 핵심이 된다.

 

4. 실생활 중심의 사용자 피드백 반영

휠체어 사용자의 하의 디자인은 ‘이론적으로 편한 옷’이 아닌, 실제로 하루를 살아보며 검증된 옷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작 과정에서의 반복 테스트와 피드백 반영이 필수다. 국내외 일부 브랜드는 휠체어 사용자와 공동 개발 방식을 채택해, 일상생활에서 옷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실시간으로 검토한다. 예를 들어, 장시간 앉아 있을 때 바지 밑단이 말려 올라가거나, 주머니가 손에 잘 닿지 않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피드백은 착용자 중심의 개선으로 직결된다. 또한 바지의 세탁 편의성, 착용 시 손잡이 위치, 주름 방지 기능 등도 생활 속 디테일로 중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휠체어 사용자뿐 아니라 고령자, 재활 환자, 감각 민감 사용자에게도 유용한 디자인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 결과적으로 휠체어 전용 바지는 단순한 ‘특수복’이 아니라, 사용자의 삶에 밀착된 실용적 도구이자 자존감의 일부로 작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