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애인 적응형 패션

장애인복에서 ‘겉보기 평범함’의 디자인적 의미

1. 평범해 보이는 옷이 갖는 비범한 가치

장애인을 위한 적응형 의류는 기능성과 편의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지만, 최근 들어 ‘겉보기 평범함’이 새로운 디자인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을 단순화하는 차원을 넘어,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어울릴 수 있는 외형을 통해 사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사회적 일체감을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실제로 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기존 기능성 옷에 대해 “지나치게 병원복 같고, 다른 사람들과 너무 다르게 보인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그 결과, 표준화된 교복, 유니폼, 일상복 스타일에 가까운 디자인이 선호되며, 이것이 ‘보통의 옷처럼 보이는 장애인복’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겉보기에 평범한’ 디자인은 사용자로 하여금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장점을 가진다. 즉,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자율성과 존중을 의미할 수 있다.

 

2. 보통의 옷처럼 보이되, 안에는 특별한 기능이 숨어 있는 구조

‘겉보기 평범함’의 디자인은 외형을 일반 의류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내부에는 다양한 기능성과 사용자 맞춤 요소를 숨겨두는 방식을 택한다. 예를 들어, 단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석이나 벨크로로 쉽게 여닫을 수 있는 셔츠, 지퍼 대신 옆선 오픈 구조를 가진 바지, 또는 일상적인 티셔츠지만 등 쪽에 의료기기를 삽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상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설계는 겉으로 보기에 전혀 눈에 띄지 않지만, 사용자는 입고 벗기 편하고 움직임을 방해받지 않으며, 필요한 기능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교복이나 회사 유니폼, 모임 복장처럼 외형적 일체감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숨겨진 기능’이 사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소속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처럼 디자인의 핵심이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배려에 있다는 점은 매우 혁신적이다.

 

3. 차별화가 아닌 통합을 위한 패션 철학

‘평범해 보이기’라는 디자인 방향은 단순한 외형 통일이 아니다. 이는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일한 사회의 일원으로 바라보고, 차이를 과하게 강조하지 않도록 하려는 철학적 배려다. 실제로 많은 적응형 패션 브랜드들은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옷’이 아니라,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 다만 배려가 숨겨진 옷’을 지향한다. 이는 ‘포용적 디자인’ 또는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양한 신체 조건, 연령, 성별,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디자인을 조정하는 것이 목적이며, 결과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줄이는 효과를 만든다. 겉모습으로 구분되지 않고, 그저 모두가 ‘같이’ 어울리는 삶. 이것이 바로 평범함의 디자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이다. 디자인이 오히려 차이를 덮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는 가장 조용하고 강력한 배려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4. 평범함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과 창의성

겉보기 평범한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많은 기술과 섬세한 창의성이 요구된다. 기능을 감추되, 성능을 유지해야 하며, 구조적으로 복잡한 내부 요소들을 외부에서 전혀 눈치채지 않게 처리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무봉제 기술, 심리스 원단, 자석 단추, 고탄력 직물, 미세 부품 내장 패턴 등이 활용된다. 또한 디자이너들은 기능을 과시하지 않되 자연스럽게 디자인에 통합할 수 있도록, 패턴 배치, 원단 선택, 재봉 기법 등을 반복적으로 실험한다. 이러한 작업은 디자인의 심미성과 기능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고난도 미션에 가깝지만, 바로 이러한 창의적 노력이 장애인의 자존감과 일상의 질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겉보기 평범한’ 옷은 단순한 미니멀리즘이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차이를 알아채고, 그것을 조용히 품어주는 섬세한 기술의 총합이다.

 

장애인복에서 ‘겉보기 평범함’의 디자인적 의미